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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 / 인천에 있던 낡은 2층 흉가

그 여름날의 기억열두 살이었던 그해 여름은 유난히도 더웠다. 인천의 오래된 주택가 언덕배기에 자리 잡은 2층짜리 양옥집은 우리 동네에서 가장 유명한 '귀신집'이었다. 20년이 넘도록 방치된 그 집은 낮에도 으스스했지만, 해가 지면 아무도 그 앞을 지나가지 않았다.우리 반 애들은 그 집에 대한 이야기만 나오면 한참을 떠들었다. 특히 놀이터에 모이면 누가 더 무서운 이야기를 아는지 경쟁하듯 떠들어댔다."야, 내가 들은 건데..." 우리 반에서 제일 덩치가 큰 민혁이가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 "저기 살던 할아버지가 진짜 부자였대. 근데 하루아침에 손자랑 같이 사라졌다는 거야.""에이, 그건 나도 알아." 장난꾸러기 우진이가 끼어들었다. "우리 누나가 그러는데, 할아버지가 돈에 미쳐서 손자를 집에 가둬뒀대. ..

괴담 연구소 2026.05.02

[괴담] / 한강의 축시

나는 ASMR 크리에이터다. 도시의 소리를 담는 게 내 전문이었다. 빗소리, 카페 소음, 지하철역의 발자국 소리까지. 사람들은 내가 올리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평화를 찾았다. 20만이 넘는 구독자들이 있는 중견 채널을 운영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날 이후로, 나는 더 이상 새벽의 소리를 녹음하지 않는다.지난 겨울, 한강 시리즈를 기획했다. 차가운 겨울바람이 한강을 스치는 소리, 물결이 제방을 때리는 소음, 도시의 다양한 시간대별 풍경을 담고 싶었다. 구독자들의 요청으로 시작한 프로젝트였다. 첫 녹음은 한강대교 아래였다. 한밤중에 찾아간 그곳은 기대 이상으로 고요했고, 물소리는 나직하게 흘렀다.고가의 ASMR 마이크로 담아낸 한강의 소리는 기대 이상이었다. 물결이 콘크리트 제방을 때리는 소리, 강바람이 불..

괴담 연구소 2026.05.01

[괴담] 실험실의 기억 - 죽음의 실험

2024년 1월, 서울 강남의 한 탐정 사무소. 창밖으로는 겨울비가 쏟아지고 있었다. 삼성동 고층 빌딩들 사이로 희뿌연 안개가 피어올랐다. 나는 이진우 탐정 앞에 앉아 무거운 마음을 추스르고 있었다. 책상 위에는 따뜻한 커피 한 잔이 놓여있었지만, 손도 대지 않은 채 식어가고 있었다.14년 전의 기억을 꺼내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다. 하지만 더는 미룰 수 없었다. 오늘 아침, 세계보건기구가 마침내 코로나19의 종식을 선언했다는 뉴스를 보며 나는 결심했다. 그를 찾아야 한다고. 이제는 진실을 알아야 한다고. 다행히 팬데믹 기간중에 여유 자금으로 투자에 성공해서 어느정도 여유돈이 있었다."김태훈이라는 사람을 찾아주셨으면 합니다."이진우 탐정은 녹음기를 켰다. 40대 중반으로 보이는 그의 눈빛은 날카로웠다. ..

괴담 연구소 2026.04.30

[괴담] 평생 기억될 스토커

유미의 눈이 번쩍 떠졌다. 디지털 시계가 가리키는 시간은 새벽 6시. 그녀의 생체시계로는 한밤중이나 다름없었다.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로 일한 지 5년, 그녀의 낮과 밤은 완전히 뒤바뀌어 있었다. 보통 이 시간이면 깊은 잠에 빠져 있어야 했다.하지만 오늘은 전날 친구와 마신 술의 여파인지 깊은 잠을 못자던 그녀를 깨운 건 현관문 번호를 누르는 소리였다.유미는 자신의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한걸 느꼈다.'누구지...? 설마...'유미는 숨을 죽이고 귀를 기울였다. 누군가 집을 착각한것일까? 라는 생각이 들기도 전에, 비밀번호가 맞다는 삐리릭 소리가 들렸다.조용히 침대에서 일어나 현관으로 향했다. 차가운 바닥이 그녀의 맨발에 닿자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떨리는 손으로 문 가까이 다가갔을 때, 갑자기 문이 벌컥 ..

괴담 연구소 2026.04.29

[선물 괴담] / 사랑의 저주

서울의 어느 흐린 가을 오후, 탐정 이진우의 사무실 문이 열렸다. 단정한 단발 머리를 한 삼십대 초반의 여성이 조심스럽게 들어섰다. 그녀는 외모는 한눈에 띄었지만, 눈가의 깊은 다크서클이 그녀의 피로와 고민을 말해주고 있었다. 단정한 정장 차림이었지만, 어딘가 힘이 빠진 듯한 모습이었다."안녕하세요. 김민지라고 합니다. 변호사로 일하고 있어요." 그녀가 명함을 건넸다."반갑습니다, 김민지 변호사님. 탐정 이진우라고 합니다. 무슨 일로 오셨나요?"민지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제 경우가 좀... 특이해서 왔습니다. 제가 겪고 있는 일을 설명하기가 쉽지 않네요. 어디다 이야기할 때도 마땅치 않고....""천천히 말씀해 주세요.""제 주변에 이상한 일들이 계속 일어나고 있어요. 밤마다 악몽에 시달리고, 항상..

괴담 연구소 2026.04.28

[사건 괴담] / 빙의 살인마

서울의 밤거리를 가로등 불빛이 어슴푸레 비추고 있었다. 이진우는 담배를 물고 어두운 골목을 응시했다. 그의 휴대폰이 울렸다."여보세요?""진우야, 나 민호야."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목소리는 피곤해 보였다."좀 이상한 사건이 있어서... 네 도움이 필요해."이진우는 한숨을 쉬었다. 강민호와는 초등학교 때부터 친구였고, 함께 경찰이 되었지만 이진우는 결국 사직하고 사설 탐정이 되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의 인연은 쉽게 끊어지지 않았다."무슨 일이야?""어제 저녁에 술집 마담이 살해됐어. 수법이 사형 집행된 연쇄 살인범 김영민과 비슷해."이진우의 눈이 커졌다."뭐라고?""공식 수사 결과로는 설명이 안 돼. 비공식적으로 네가 좀 알아봐 줄 수 있겠어?"이진우는 잠시 침묵했다."알았어. 내일 아침에 만나서 ..

카테고리 없음 2026.04.27

[해외 괴담] / 시선의 해부학

시선의 해부학대형 회계 법인의 수석 회계사로서 제 삶은 늘 1센트 단위의 오차조차 허용하지 않는 치열한 전장이었습니다170센티미터의 키 맞춤 정장과 하이힐로 무장한 채 시드니 도심의 마천루 사이를 걷다 보면 세상의 모든 숫자가 제 통제 아래 있는 것만 같았습니다하지만 그 완벽한 통제력도 시드니의 살인적인 임대료 앞에서는 무력해지기 일쑤였습니다그러던 중 발견한 이 집은 가뭄 끝에 내린 구원과도 같았습니다시내 중심가에 위치한 꽤 넓은 빅토리아풍 테라스 하우스 임대료는 시세의 절반도 되지 않았습니다부동산 중개인은 집주인 토머스 라이트가 일 년의 대부분을 서호주 광산 지대에서 보내는 FIFO 노동자라고 설명했습니다주인분이 1년에 길어야 한 달 정도 밖에 안계시거든요.집 비워두면 상하니까 세를 놓으시는 거에요 대..

괴담 연구소 2026.04.27

[군대 괴담] / 홍천강의 수살귀

2003년 10월, 강원도 홍천.제00보병사단 보급중대의 저녁점호가 끝나갈 무렵이었다. 훈련병 생활관에서는 내일 있을 전술훈련 준비로 분주한 움직임이 이어졌다.철제 사물함 여닫는 소리와 슬리퍼 끄는 소리가 복도에 울렸다.운전병인 상병 이진우는 차량 정비고에서 마지막 점검을 하고 있었다. 기름 묻은 손을 작업복에 닦으며 레토나의 상태를 꼼꼼히 살폈다."야! 진우야, 레토나 점검은 끝났냐?"수송부 김윤한 중사가 정비고로 들어왔다. 늦은 시간까지 부대원들을 챙기는 그였다. 7년차 부사관답게 꼼꼼한 성격이었다."점검 완료했습니다, 중사님. 연료 보충도 완료했습니다. 정비용 공구류도 적재 완료했습니다!""잘했어. 내일 진입로 정비해야 하니까 삽하고 낫도 챙겼지?""그렇습니다! 후방 적재함에 모두 준비해뒀습니다."..

괴담 연구소 2026.04.26

[일본 괴담] / 교토 여우신사에서의 경험

붉은 장막 아래, 떨리는 방울 소리 어릴 적부터 나는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는, 그런 종류의 사람이었다. 굳이 표현하자면 '기가 약하다'거나, '영적인 것에 민감하다' 정도일까. 무당이나 스님들은 하나같이 나를 보며 '귀신이 잘 꼬이는 체질'이라며 혀를 차곤 했다. 그들의 말이 틀린 것은 아니었다. 나는 남들보다 자주, 그리고 선명하게 그들을 보았으니까. 한번은 어느 이름 모를 절에 간 적이 있었다. 낯선 스님 한 분이 대뜸 나를 빤히 쳐다보더니, ㅉㅉ 혀를 차는 소리가 유독 크게 들렸다. 그리고는 말없이 나를 이끌고 어느 우물가로 데려갔다. 스님은 우물에서 물 한 바가지를 떠 주시며, "쭈욱 마시고, 훌훌 털고 내려가라" 는 알 수 없는 말씀을 하셨다. 뭘 털고 가라는 건지, 그 물은 또 무슨 ..

괴담 연구소 2026.04.26

[생활 괴담] / 18층의 남자

18층의 남자안녕하세요. 오늘 제가 해드릴 이야기는요,제가 예전에 살던 아파트에서 겪었던진짜 소름 돋는, 근데 또 어떻게 보면참 먹먹하기도 한 그런 경험담이에요.다들 야근 엄청 빡세게 하고 집에 들어가면아무 생각 안 나고 그냥 쓰러지고 싶잖아요?딱 그 무렵이었어요.그날도 지독하게 야근을 하고간신히 집에 기어 들어갔거든요.현관 도어록 비밀번호를 누르는데제 손가락이 막 미세하게 덜덜 떨리면서자꾸 삑사리가 나는 거예요.문 열고 들어가니까 집안 공기가낮 동안의 열기는 싹 다 빠져나가고시체처럼 서늘하게 식어 있더라고요.아 진짜 씻을 힘도 없어서 불도 안 켜고,어깨 짓누르던 노트북 가방 그냥바닥에 냅다 던져버리고 비틀거리면서낡은 가죽 소파에 몸을 확 던졌어요.소파가 찌그덕거리면서 낮게 신음 소리를 내더라고요.눈을 ..

괴담 연구소 2026.04.20